사랑의 우선순위가 결혼을 살린다
tjdls4118
2025-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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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남부의 조그만 마을에서 처음 사역하던 시절, 나는 제법 많은 부부들에게 결혼 상담을 해주었다.
술, 마약, 포르노, 또는 불륜 때문에 결혼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지켜본 결과로 미루어 보면,
나쁜 일에서 문제가 비롯되기보다는 대단히 좋은 일이지만 그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지면서 수렁에 빠지는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제아무리 선하고 훌륭한 일이라도 배우자보다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쏟게 되면 부부 관계는 망가질 수밖에 없다.
별별 일이 다 있었는데 주로 아내들은 이렇게 하소연했다.
"제 남편은 시부모님 말씀이라면 껌뻑 죽어요. 내 말보다 훨씬 중요하게 여긴다니까요. 나보다는 두 어른 비위를 맞추고 즐겁게 해드리는 데 관심이 많고요."
반면 남편들은 이렇게 불평했다.
"마누라는 애들밖에 몰라요. 시시콜콜 챙겨 주랴, 이런저런 프로그램에 참석하랴, 데려다 주고 데려오랴, 온갖 활동에 따라다니랴 정신이 없죠.
뭘 좀 해 달라고 하면 마지못해 그러마고 하지만 신경은 온통 아이들한테 가 있는 걸요.
아내로 살기보다 애 엄마로 지내는 편이 훨씬 신나나 봐요."
배우자의 직장 문제로 불만이 많은 부부도 있었다.
"일밖에 몰라요. 직장이랑 결혼했나 봐요.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죄다 일터에 쏟아 붓는 거 같아요."
배우자가 자신에게 우선순위를 두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면 실제로도 그럴 가능성이 백 퍼센트다.
일이 그 지경에 이르렀으면 결혼 생활은 생명력을 잃어 간다고 봐야 한다.
결혼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많은 경우는 무언가를 '떠나서' 배우자와 연합하는 일에 실패하기 때문이다.
배우자의 소망과 기대보다 집안의 바람과 요구를 좇아 움직인다면 부모를 떠나지 못한 것이다.
부모에 대한 원망이나 미움이 지나치게 큰 것도 마찬 가지다.
"우리 애들은 절대로 교회에 안 보낼 거야! 꼴도 보기 싫은 아빠엄마가 열심히 다니거든!"이라는 소리를 가끔씩 듣는다.
하지만 이것은 자신이 아직도 부모의 지배를 받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아이들의 필요가 아니라 부모에 대한 거부감을 토대로 결정을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남자친구를 볼 때마다 아버지 생각이 나서 도저히 결혼할 수가 없어요!"라고 이야기하는 여성도 있다.
겉모습이 비슷한 것이 도대체 무슨 문제란 말인가?
원만치 못한 부자(녀)지간이 파트너와의 관계를 좌지우지하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
기필코 과거의 상처에서 '떠나야' 한다.
살아가면서 현실적인 이슈에 부딪힐 때마다 번번이 다투는 부부들도 있다.
결정을 내리는 방식에서부터 휴가를 보내고 잘못을 저지른 아이에게 벌을 주는 일까지 온갖 문제를 두고 사사건건 부딪힌다.
그렇다면 자신이 매사에 부모로부터 배운 대로 상황에 대처하는 것은 아닌지 곰곰이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자라면서 부모에게서 보고 배운 방법이 어떤 면에서는 매우 지혜로운 것이겠지만 자신의 가정에 적용할 때는 먼저 배우자의 이해가 있어야 한다.
단순히 "우리 집에서는 다 그렇게 했다"는 식으로 무작정 따르기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
혼인을 하는 순간부터 새로운 의사 결정 단위를 형성하고 새로운 행동 양식과 실행 방법을 개발해 내는데 온힘을 기울여야 한다.
배우자와 자신 모두에게 어울리는 새로운 패턴을 찾으려 하지 않고 자신이 나고 컸던 가정의 틀만 고집한다면 아직도 부모의 '집'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부모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 결혼 생활의 주요한 암초지만 아마 자녀에 대한 지나친 헌신만은 못할 것이다.
오늘날은 후자가 더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우선 자식들은 지독하리만치 부모의 손을 탄다.
아들딸은 가정의 새로운 구성원이므로, 자녀 양육을 중요한 부르심으로 여기는 마음가짐은 탓할 일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결혼 생활이 원만하면, 남편-아내보다는 부모-자녀 관계를 통해 사랑과 애정의 욕구를 채우는 편이 더 자연스럽다.
그러나 자식을 배우자보다 더 사랑하면 가족의 결속이 틀어지게 되고 결국 온 식구가 고통을 짊어지게 된다.
다시 말하거니와 어느 한 구성원이 아니라 온 식구다.
개인적으로 아는 어느 여성은 딸을 위해 일생을 바쳤지만 그 과정에서 부부 사이에 심각한 문제와 상처가 생겼다.
남편은 자식을 내로라하는 음악가로 키우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퍼붓는 아내를 몹시 못마땅해 했다.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딸을 통해 성취하려고 했던 그녀는 그 대가로 행복한 결혼 생활을 잃어야 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아빠 엄마가 헤어질까 노심초사하는 딸이 가장 큰 피해자였다.
탄탄한 부부 관계는 자녀들로 하여금 세상은 위험한 곳이 아니며 사랑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믿음을 품고 성장하게 해준다.
하지만 그 딸은 행복한 결혼이 어떤 모습인지, 어떻게 해야 남녀가 원만한 관계를 꾸려 갈 수 있는지 보고 배울 기회를 빼앗기고 말았다.
남편보다 더 사랑했던 딸이었지만 결국은 그 이유로 딸에게 좋은 것을 주지 못했던 것이다.
카운슬러는 그녀에게
"좋은 엄마가 되는 최선의 방법은 남편에게 좋은 아내가 되는 것이며 그것이 바로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일"이라는 조언을 주었다.
그녀도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하면서 결혼 생활의 우선순위를 바로잡아가기 시작했다.
아동 학대에 관한 연구 조사 결과를 보면,
부모들이 신체적으로 아이들을 학대하는 까닭은 그들을 미워해서가 아니라 도리어 자식에게 가장 먼저, 가장 많은 사랑을 쏟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들딸이 부모의 기대에 딱 맞는 행동으로 그 사랑을 되돌려 주지 않으면 분노가 폭발해서 회초리를 드는 것이다.
하지만 자식은 그냥 자식일 따름이다.
배우자만이 채워 줄 수 있는 우정과 사랑을 자녀에게 바라서는 안 된다.
팀켈러, '결혼을 말하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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